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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미 초대전 '식물의 시간'] 2023.12.27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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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16:25

백희갤러리 유혜미 초대展  


식물의 시간

 

 2023. 12. 27 - 2024.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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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3_한지에 석채 분채_90x45cm_2022>
 

 

[작업 소개]

 

생명이 순환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생명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연의 현상에 주목해, 절기별로 피고 지는 식물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전통 안료인 석채와 현대 재료를 혼합하여 현대 동양화를 창작한다. 12절기의 아름다운 사계 속 변화하며 공존하는 생명들의 환희와,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곧 지나가 버리리라는 허무함, 또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이라는 가벼움을 통해, 삶의 순환에 대한 소소한 위로와 의연한 태도를 전하고자 한다.

 

 

[작가 노트 중]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기억-계절에 따라 변하는 생태의 촉감, 습도, 온도는 색과 형, 향 등의 감각으로 발현된다. 새벽이 되면 활짝 피었다 해가 뜨면 지는 나팔꽃의 얼굴이나, 비가 오고 나면 한치나 자란 식물의 키나, 겨울이 오면 색이 바래버린 스러진 모습, 모든 것들은 그 자리에서 살아있음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해가 바뀜에 따라 새롭게 지어지고 스러지는 생태의 모습은 스쳐 지나가 듯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연들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있다.

자연의 식물들이 자라나 스러지고, 다시 자라나는 순환의 모습을 관찰해 그려낸다. 일상에서 탄생과 죽음을 맞닿드리는 우리의 삶에 식물의 모습을 은유해 잔잔한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

 

9,

습한 온도 속에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붉은 맨드라미,

전봇대와 철조망을 계속해서 기어오르는 푸른빛 나팔.

 

11,

첫 눈의 알갱이가 흩뿌려진 땅에 메마른 색으로 엎어진 맨드라미 덤불.

뒤엉킨 선으로 어지럽혀진 철조망.

 

8,

공기 속 물 한방울까지 머금어 땅에서 나온 맨드라미 새싹.

 

다시 9,

장마가 두 세 차례 지난 후숨이 막히는 온도 속 솟아오른 맨드라미,

무리지어 붉게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모습,

같은 자리푸른빛자줏빛 어우러져 피어있는 나팔.

 

 

넘어진 맨드라미 꽃에서 떨어진 검은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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