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은 자취를 남긴다 The Body leaves traces ] _작가 이은우
2017.12.20 - 2018.01.17
오전 10시 ~ 오후 9시 백희갤러리
_작가노트
사람을 실체로서 마주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느끼는 감정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한다. 몸은 나와 주변, 세상과의 소통 주체이고 감정을 표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틀이 된다. 즉 몸은 세포더미, 고깃덩어리가 아닌 감정의 집합체인 것이다. 나는 이성적인 작용만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몸짓, 표정, 행동이 표출하는 감정의 메시지를 읽어가며, 실체적 소통의 가능성을 기대하려 한다.
인간적인 유대와 소통의 창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스스로 온전히 땅에 발 디디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모두 비슷한 인간의 얼굴과 몸을 지녔지만, 누군가가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 그 실체는 떠돌아다니게 되는 것만 같았다. 일방적인 낙인과 구분은 상호적 소통이 아닌 가상의 편견 덩어리를 만들어 사람의 존재를 조각내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것은 객관적인 인간의 실체에 대한 생각을 가지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든 편견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일지 모른다.
가치 없는 몸이란 없다. 어떠한 행위를 하는 순간에도 우리의 몸은 존재를 표출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나타내는 몸짓,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을 느끼며 인간의 본질적인 내면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렌즈에 담아낼 수 없는 몸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드로잉을 하고, 찰나의 움직임을 그린다. 뭉개지고 흩어지는 색이 모여 사람 덩어리를 형성한다. 덩어리의 사람들은 불완전함 속에서도 여전히, 이곳과 저 너머 어디에도 존재하며 공간을 점령하여 살아 숨 쉬고 있다.